2002년 미국 여성건강이니셔티브(WHI, Women's Health Initiative) 발표 이후 20여 년 동안 갱년기 호르몬 치료(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는 유방암과 심혈관 위험을 높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부터 2026년 사이 발표된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과 대규모 메타분석은 그 판단이 제형, 투여 경로, 시작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습니다[1][6]. 이 글에서는 최신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개별 상황에 따라 위험과 효익의 균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리합니다.

2002년 WHI 연구는 발표 당시 세계 의료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유방암과 심혈관 위험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모든 호르몬 치료에 대한 처방을 급감시켰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구자들은 WHI 설계 자체에 중요한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5][6].
WHI는 경구 결합 에스트로겐(CEE, conjugated equine estrogen) 0.625 mg과 합성 프로게스틴인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아세테이트(MPA, medroxyprogesterone acetate) 2.5 mg을 고정 복합한 단일 요법만을 평가하였습니다. 참가자 평균 연령은 63세였으며, 폐경 후 평균 10년 이상이 경과한 상태였습니다. 즉, 치료를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기를 이미 지난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습니다[5].
2025년 한국갱년기학회(Korean Society of Menopause) 가이드라인은 이를 명확히 정리하였습니다. 60세 미만이거나 폐경 후 10년 이내에 갱년기 호르몬 치료(MHT, menopausal hormone therapy)를 시작한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32% 감소하였으며, 동 가이드라인은 이를 "치료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으로 표현하였습니다[1]. 반면 폐경 후 10년이 지난 뒤 시작한 경우에는 죽상경화 플라크 불안정성 위험이 증가하여 결과가 반전될 수 있다는 것이 타이밍 가설(timing hypothesis)의 핵심입니다.
현재의 개인화 접근 방식이 WHI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제형입니다. WHI에서 사용한 MPA는 유방 조직에 대한 자극이 강한 합성 프로게스틴으로, 현재 선호되는 미분화 프로게스테론(micronized progesterone) 또는 디드로게스테론(dydrogesterone)과는 유방암 위험 프로파일이 다릅니다[1][4]. 또한 경구 CEE 대신 경피 에스트라디올(transdermal estradiol)을 사용하면 정맥혈전색전증(VTE, venous thromboembolism)과 뇌졸중 위험 없이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입니다[7].

혈관운동증상(VMS, vasomotor symptoms), 즉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은 MHT의 가장 확실한 적응증입니다. 2025년 국제 분자과학 저널에 발표된 서술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은 안면홍조를 기저치 대비 약 70~80% 감소시키며 위약 대비 추가 감소 폭은 40~60%에 달합니다[7]. 효과는 치료 시작 후 2~4주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최대 효과는 8~12주 시점에 도달합니다. 2025년 한국갱년기학회 가이드라인도 표준 용량 기준 혈관운동증상을 약 75% 감소시킨다고 제시하였습니다[1].
심혈관계 영향은 시작 시기에 따라 뚜렷하게 나뉩니다. 2024년 BMC Women's Health에 발표된 33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44,639명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MHT가 혈관 내피 기능을 나타내는 혈류매개확장(FMD, flow-mediated dilation) 지표를 표준화 평균 차이(SMD, standardized mean difference) 1.46으로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 그러나 전체 집단에서의 전원인 사망(RR=0.96)이나 심혈관 사건(RR=0.97)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심혈관 보호 효과는 조기 시작 여부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2].
인지 기능과 치매 위험에 관한 최신 근거도 종전의 인식을 수정합니다. 2025년 Lancet Healthy Longevity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10개 연구, 총 1,016,055명의 데이터를 분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MHT 사용과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또는 치매 발생 위험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습니다[3]. WHI WHIMS(여성건강기억연구) 하위 연구에서 보고된 치매 위험 증가는 65세 이상 고령 집단에서만 관찰된 것으로, 치료 시기를 이미 벗어난 사례로 해석됩니다[3].
골 건강 측면에서는 WHI 데이터 기준으로 CEE와 MPA 복합 요법이 고관절 골절 위험을 34% 감소시켰습니다[1]. MHT 중단 후 혈관운동증상 재발률이 최대 87%에 달한다는 점도 치료 지속의 임상적 의미를 보여줍니다[1]. A씨(52세)의 경우, 폐경 진단 후 2년간 안면홍조와 수면 장애로 일상이 어려웠으나 경피 에스트라디올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야간 각성 빈도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한 치료였으며 정기 추적 검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MHT의 위험을 이해하는 핵심은 "어떤 제형을 어떤 경로로 사용하느냐"에 있습니다. 2024년 BMC Women's Health 메타분석에서 전체 MHT는 뇌졸중 위험을 상대 위험비(RR) 1.23(95% CI 1.08~1.41)으로 유의하게 높였으며,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은 RR 1.86(95% CI 1.39~2.50)으로 더 크게 증가하였습니다[2]. 그러나 이 수치는 주로 경구 에스트로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도출된 것입니다.
경피 에스트라디올은 상황이 다릅니다. 경구 제제는 간 초회 통과 효과(first-pass metabolism)를 거치면서 응고 인자와 염증 매개체에 영향을 주지만, 피부를 통해 직접 흡수되는 경피 경로는 이 과정을 우회합니다. 2025년 Arnautu 등의 서술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경피 에스트라디올 50 µg/일 이하에서는 정맥혈전색전증과 뇌졸중 위험이 중립적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7]. 북미갱년기학회(NAMS,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의 2022년 공식 입장 성명도 경피 투여와 저용량 사용이 이러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명시하였습니다[6].
유방암 위험은 프로게스토젠(progestogen) 종류에 따라 제형별로 뚜렷하게 다릅니다. 2024년 국내 전국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307,472명)에서 전체 MHT의 유방암 위험비(HR)는 1.22(95% CI 1.15~1.30)였으나, 제형별 분석은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4]. 에스트라디올과 노르에티스테론아세테이트(NETA, norethisterone acetate) 복합은 HR 1.66,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 복합은 HR 1.51, 디드로게스테론 복합은 HR 1.37이었습니다. 반면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과 티볼론(tibolone)은 유의한 위험 증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4]. 자궁을 적출한 여성에서 에스트로겐 단독으로 7.2년간 치료 시 10,000명당 오히려 7건의 유방암이 감소한 것도 이와 일치하는 결과입니다[1].
B씨(58세)는 폐경 후 8년이 경과한 상태에서 심한 안면홍조를 호소하며 치료를 원했으나, 뇌졸중 가족력이 있어 경구 제제 대신 경피 에스트라디올 패치를 처방받았습니다. 담당 의사는 경구 제제 대비 혈전 위험이 낮다는 점과 함께 연 2회 추적 검사 계획을 함께 설명하였습니다. B씨는 현재 치료 시작 10주 차로 증상이 유의하게 개선되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폐경 후 기간이 10년에 근접한 경우의 치료 결정은 개인 위험 요인을 종합한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2025년 한국갱년기학회 가이드라인과 2022년 NAMS 공식 입장 성명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60세 미만이거나 폐경 후 10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할 것, 둘째, 경피 경로와 체내 동일형(body-identical) 호르몬을 우선 고려할 것, 셋째, 최소 유효 용량으로 개인화하여 사용할 것입니다[1][6]. 이 세 가지 원칙을 함께 적용하면 WHI 시대의 위험 프로파일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투여 경로 선택의 실제 기준을 살펴보면, 경피 에스트라디올 25~50 µg/일이 현재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 1차 고려 제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7].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는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프로게스토젠을 반드시 병용해야 하며, 이때 미분화 프로게스테론 100~200 mg/일 또는 디드로게스테론이 유방암 위험 측면에서 합성 프로게스틴 대비 유리합니다[1][4]. 자궁을 적출한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지 않으며 오히려 감소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처방 근거입니다[5].
신규 제형으로는 에스테트롤(E4, estetrol) 15 mg/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E4는 임신 중 태반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으로, 간에 대한 영향이 경구 CEE보다 적다고 보고됩니다[7]. 다만 장기 심혈관 및 유방 안전성 데이터는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갱년기 호르몬 치료와 관련된 다른 여성건강 이슈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진단 기준과 치료 옵션에서 추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 기간에 관해서는 일률적인 제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통용되던 "5년 이내" 원칙은 WHI 시대의 유산으로, 현재 가이드라인은 증상 조절과 삶의 질, 개인 위험 요인을 기반으로 정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합니다[1][6]. 치료를 중단할 경우 혈관운동증상 재발률이 최대 87%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단 시점과 감량 계획도 의료진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적합합니다[1]. 개인화된 접근 방식을 뒷받침하는 가장 최신의 국내 근거는 2025년 한국갱년기학회 가이드라인에 담겨 있습니다[1].
Q1. 갱년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기 가장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60세 미만이거나 폐경 후 10년 이내에 시작하는 것이 현재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적정 시기입니다[1][6]. 이 시기에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 위험 32% 감소를 포함한 심혈관 이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폐경 후 10년 이상 경과 또는 60세 이후 시작은 심혈관, 뇌졸중, 혈전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개인 위험 요인을 종합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Q2. 경피 패치와 경구 약물 중 어느 것이 더 안전한가요?
현재 근거에서는 경피 에스트라디올 50 µg/일 이하가 정맥혈전색전증과 뇌졸중 위험이 중립적인 것으로 보고됩니다[7]. 경구 제제는 간 초회 통과 효과를 거치면서 응고 인자에 영향을 주어 혈전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따라서 혈전이나 뇌졸중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경피 경로가 우선 고려됩니다. 단, 제형 선택은 개인 상황에 따라 담당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Q3.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나요?
제형에 따라 다릅니다.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은 유방암 위험을 높이지 않으며 오히려 자궁적출 여성에서 감소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4][5]. 복합 요법에서는 프로게스토젠 종류가 중요한데, 디드로게스테론 복합이 HR 1.37로 복합 제형 중 가장 낮은 위험을 보였고, NETA 복합은 HR 1.66으로 가장 높았습니다[4]. 에스트로겐과 병용하는 프로게스토젠의 종류를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유방암 위험의 핵심 변수입니다.
Q4. 치매 예방에도 호르몬 치료가 도움이 되나요?
2025년 Lancet Healthy Longevity에 발표된 메타분석(1,016,055명)에서 MHT와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위험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3]. WHI에서 보고된 치매 위험 증가는 65세 이상 고령에서만 나타난 것으로, 치료 시기를 벗어난 사례로 해석됩니다. 현재 근거로는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MHT를 시작하는 것은 권고되지 않습니다.
Q5. 호르몬 치료는 얼마나 오래 받아야 하나요?
현재 가이드라인은 일률적인 치료 기간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1][6]. 증상 조절과 삶의 질, 개인 위험 요인을 기반으로 정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합니다. 중단 시 혈관운동증상 재발률이 최대 87%에 달할 수 있어[1], 중단 계획도 의료진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1] Kim Y et al., "The 2025 Menopausal Hormone Therapy Guidelines - Korean Society of Menopause," Journal of Menopausal Medicine, 2025. DOI: 10.6118/jmm.25103
[2] Gu Y et al., "The benefits and risks of menopause hormone therapy for the cardiovascular system in postmenopausal wome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Women's Health, 2024. DOI: 10.1186/s12905-023-02788-0
[3] Melville M et al., "Menopause hormone therapy and risk of mild cognitive impairment or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Lancet Healthy Longevity, 2025. DOI: 10.1016/j.lanhl.2025.100803
[4] Yuk J-S, "Relationship between 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breast cancer: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Gynecology & Obstetrics, 2024. DOI: 10.1002/ijgo.15461
[5] Chlebowski RT, Aragaki AK,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randomized trials of 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breast cancer: findings in context," Menopause, 2023. DOI: 10.1097/GME.0000000000002154
[6]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The 2022 Hormone Therapy Position Statement of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Menopause, 2022. DOI: 10.1097/GME.0000000000002028
[7] Arnautu AM et al., "Menopausal Hormone Therapy—Risks, Benefits and Emerging Options: A Narrative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025. DOI: 10.3390/ijms26221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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